■ 확정일자란
확정일자는 법원, 등기소, 공증기관, 읍ㆍ면ㆍ동사무소 등에서 받는 것으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증명하는 일종의 요식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가 날인된 경우 확정일자인에 기재된 날짜에 임대차계약 문서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되고 이 날짜는 향후 임차주택이 경매 또는 공매 처분될 시 후순위 권리자보다 앞서서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매절차에 있어서 확정일자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무용의 요식행위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서에 날인된 확정일자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확정일자만 받아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마냥 착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 확정일자에 대한 오해
1) 확정일자를 일반 매매나 경ㆍ공매를 불문하고 효력을 갖는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확정일자는 임차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매각될 경우에 확정일자로서의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일반 매매에 있어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즉 확정일자는 경ㆍ공매로 임차주택이 매각될 경우 매각대금으로 배당하게 되는 각 채권자의 배당순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 확정일자보다 후순위의 채권자보다 앞서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효력을 갖는다.
2) 확정일자를 대항력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임대차계약 체결 후 전입신고와 입주(임차주택 점유)를 마무리한, 즉 대항요건을 갖춘 다음날 0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확정일자 구비여부와 상관이 없다. 확정일자는 매각대금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이지 대항력과는 무관하다.
다만 확정일자가 배당순위로서의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항요건이 먼저 구비되어야 하므로 전입신고와 입주 전에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미리 받는다고 해도 배당순위는 계약서상의 확정일자가 아니라 대항력 발생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은 있다. 반대로 대항요건을 먼저 갖추고 나중에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에는 확정일자인을 부여받은 날을 기준으로 배당순위가 매겨진다는 상관관계 정도는 있다.
3) 확정일자를 부여받았다고 해서 경ㆍ공매절차에서 무조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ㆍ공매 매각대금으로 임차인이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에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
그것도 배당요구를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매법원이 정한 배당요구기한(통상 경매물건 매각공고가 있기 한달 이전까지로 정해 각 이해관계인에게 통지된다.) 내에 해야 한다. 배당요구기한을 지나서 배당요구를 해도 배당을 받을 수 없다. 물론 매각대금에서 배당을 받을 의사가 없으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
4) 임대차계약 연장으로 보증금 증액이 있는 경우 보증금 증액분에 대해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설령 보증금을 증액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았다 하더라도 그 사이 다른 권리가 치고 들어온 경우 증액된 보증금의 배당순위는 이들 권리보다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더더욱 많다.
예컨대, 임차인 ‘갑’이 어느 아파트를 보증금 1억9000만원에 임차하고 2009년 5월 16일 전입신고를 하면서 같은 날 확정일자도 받았다고 하자. 전입신고를 하거나 확정일자를 받을 당시에는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 설정된 다른 권리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갑’은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경매로 매각된다고 해도 전세보증금 1억9000만원을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
이후 2011년 5월 16일을 전후하여 전세보증금을 5000만원 인상해주기로 하고 임대차계약을 갱신했을 때 ‘갑’이 증액 보증금 5000만원에 대한 확정일자를 추가로 받았지만 그 사이 집주인이 어느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증액된 보증금 5000만원은 배당순위에서 은행의 근저당채권에 밀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주택이 경매로 매각되면 ‘갑’은 근저당 채권액 규모나 경매 매각가액 여하에 따라 5000만원 전부 또는 일부를 배당받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증액 보증금 5000만원에 대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면 배당요구기한내에 배당요구를 했다고 5000만원을 배당받을 수 없다.
더불어 5000만원은 근저당보다 후순위로서 대항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에 임차인은 낙찰자에게 5000만원을 부담할 것을 주장할 수도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5000만원을 배당받지 못했음을 이유로 낙찰자의 명도요구에도 불응할 수 없게 된다.
확정일자를 이해하는 것, 즉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았는지, 받았으면 언제 받았고 다른 권리와의 관계에서 배당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또 확정일자에 기해 배당요구를 했는지, 그로 인해 임차인이 보증금의 전부를 배당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일부만을 배당받을 수 있는지, 증액 보증금에 대한 확정일자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은 임차인의 대항력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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